공소기행/원주교구

황지성당 상동공소

photomaker.anon 2024. 4. 2. 12:19

1952년 10월 28일 영월성당 관할 상동공소로 설립되었다. 신자들의 집을 돌아가며 공소예절을 보다가 점차 신자가 늘어나자 1955년 9월 현 공소 건너편에 있던 여관을 매입하여 경당으로 꾸몄고 당시 신자수는 198명에 이르렀다. 
 
1959년 2월 본당으로 승격하였고 영월성당의 주임신부였던 이영섭(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가 초대 주임 신부로 부임하였다. 같은 해 10월 21일 새 성당을 짓고 봉헌식을 올렸다. 초대 주임이었던 이영섭 신부는 가방 하나 들고 태백지방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세례와 미사 등 성사를 베풀고, 탄광지 선교에 헌신하며 성당 신축과 성장에 큰 역할을 하였다.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는 일제강점기에 중석(텅스텐) 광산이 개발된 후 대한중석(주) 상동광업소가 들어서며 활기를 띠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광산이 활기를 잃기 시작하고 급기야 폐광에 이르자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성당 신자수도 줄어들게 되었다. 이에 1999년 3월 5일 다시 공소로 격하되어 태백의 황지성당으로 편입되었다. 공소에서 본당으로, 본당에서 다시 공소로 바뀐 사정은 마차공소와 판에 박은 듯 같다. 
 
상동공소는 1950년대 근현대 탄광 지역의 역사와 신앙을 60년 넘게 간직해온 곳으로, 교회사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은 건축물이다. 한국전쟁 직후 미군 물자로 지은 성당 중 유일하게 지붕이 미군 막사를 지을 때 쓰던 아연강판을 사용한 희귀한 돔 형태를 띠고 있다. 
 
안타깝게도 상동공소는 2021년 새해 첫날 화재가 발생해 순식간에 불길에 휘말려 소실된다. 1시간 20분 만에 불길을 진화했으나 이 화재로 돔형태의 지붕이 아예 내려 앉고 내부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실상 전소됐다. 종탑과 벽돌 구조의 제대 벽면만 남았을 뿐이었다. 김기성 신부가 급히 달려가 진화 후 감실에서 성합을 수습했지만 성체는 이미 타버린 뒤였다. 김기성 신부는 "감실 문이 다 녹아 떨어진 상황에서 성합 속 성체만 모실 수 있었다"며 이곳은 단순한 공소가 아니라 과거 탄광촌의 역사와 신앙을 기억할 수 있는 중요한 곳이었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2022년 상동공소는 화재의 아픔을 딛고 복원을 결정한다. 새로 복원될 상동공소의 컨셉은 '지붕 없는 성전 기도의 벽'이다. 화재 후 2층 지붕과 제단이 무너졌지만 이젠 하늘이 성전 지붕이 되고 주변 산이 벽체가 됐다는 상징을 부여해 지붕을 새로 얹지 않은 채로 꾸밀 계획이다. 사제관이었던 38평 넓이의 1층은 소박한 경당과 친교실을 갖춘다. 이와 함께 초대 주임 이영섭 신부를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3년 08월 06일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 주례로 새 공소 봉헌미사를 거행했다. 2021년 새해 첫 날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던 상동공소가 다시금 돌아온 것이다. 화재로 숯덩이가 된 성체 일부를 최양업 신부와 이영섭 신부의 묘소에 뿌리고 앞마당에는 이영섭 신부를 추모하는 '사제 이영섭 동산'이 조성됐다. 
 
 
 
상동공소를 찾았던 날은 출장 중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일행의 양해를 구하고 잠시 내려 둘러본 것이 전부다. 해도 이미 넘어갔고 시간 상 내부를 둘러볼 여유도 없었다.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상동공소가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조금만 이른 시간에 도착했더라면 기록을 좀 더 남길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튼 무사히 재건이 됐으니 다행이다. 아마 셀 수 없을 만틈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기도가 있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은 화재 전 모습이다. 새롭게 탄생한 상동공소의 모습은 일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성직자분의 블로그에 잘 정리되어 있다. 아래 참고자료를 참고.
 

 
 
<참고자료> 
 
가톨릭평화신문, 원주 황지본당 상동공소 새해 첫날 화재로 소실, 2021.01.06
https://news.cpbc.co.kr/article/794440
 
가톨릭평화신문, 황지본당 상동공소, 화마의 아픔 딛고 새 단장, 2022.01.05
https://news.cpbc.co.kr/article/816519
 
가톨릭평화신문, 화재의 아픔마저 아름답게 품은 상동공소, 신자들 곁으로, 2023.08.07
https://news.cpbc.co.kr/article/1111202
 
새롭게 단장한 상동공소 모습은 아래 글 참고. 
네이버 블로그 camono430, 상동 공소 마당-서른 셋, 열둘 그리고 셋, 일곱. 2023.08.14
https://blog.naver.com/camino430/223183713030
 
다음카페 황지성당
https://cafe.daum.net/hwangjisd

 

'공소기행 > 원주교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성성당 석포공소  (1) 2024.04.02
장성성당 철암공소  (1) 2024.04.02
사북성당 증산공소  (0) 2024.04.01
사북성당 남면공소  (0) 2024.04.01
정선성당 화암공소 그림바위 피정의집  (1) 202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