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안에는 한센병 환우들이 정착 마을을 일구고 공소를 설립해 신앙생활을 유지하는 곳이 적지 않다. 신평공소도 그중 한 곳이다. 1970년대 초반 한센병 한우들이 한두 명씩 포천군 신북면 신평3리에 모여들었다. 이들 가운데 최억조(마르티노)씨가 1974년 자기 집에서 신자 10명과 함께 첫 공소 예절을 드렸다. 한센병 환우들의 신앙 공동체가 신평3리에 형성되자 당시 포천본당 주임 조선희(Philip. J. Crosbie) 신부가 한 달에 한 번 이곳을 방문해 주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신평공소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 당시 신북면 신평3리는 포천농축단지, 소위 음성나환자 정착촌이었다. 지금의 위치에 정착한 것이 1973년. 소록도 병원의 퇴원환자와 일부 음성환자들이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네 곳을 옮겨 다니다 현재 자리에 정착하게 된다. 지금은 산업단지가 되어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당시는 살림집과 축사가 있는 마을 안에 신평공소가 있었다.
71년부터 사람들을 규합하여 정착촌을 세웠던 최억조 마르띠노 공소 전례회장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면장 이하 새마을 지도자들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대단했으며 보사부의 협조와 주민의 노력으로 안정을 찾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은 자립문제였다. 지금까지 구걸로 연명했던 그들이 생계수단이나 자본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양계사업이었지만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1976년 4월부터 신평리 산7번지(신평3리 220번지)에 터 닦기가 시작됐다. 중장비가 없어 곡괭이로 암반을 깨고 부수는 데에만 1년이 넘게 걸렸다. 1980년 8웛 교구장 박 토마스 주교 주례로 공소를 봉헌된 신평공소는 한센병 환우 환자 50세대 100여 명의 신앙 보금자리가 됐다. 1988년에는 수녀원을 신축해 말씀의 성모영보수녀회 수도자들을 초빙할 만큼 번성했다.
34년 동안 신앙의 터전이 됐던 공소는 2011년 이 지역에 피혁 중심의 산업단지 조성에 부지가 편입되면서 2월에 철거됐고, 신자들은 새 공소 건립을 준비하게 된다. 새 공소 건립기금은 십시일반으로 마련됐다. 공소가 헐리며 받은 보상금과 공소신자들의 봉헌 기금, 포천본당 신자들의 헌금으로 힘을 보태고 솔모루본당 신자들까지 바자를 열어 수익금 1천만 원을 쾌척하고 교구도 5천여 만원을 지원했다.
새 공소는 포천시 신북면 장자마을2길 18에 새 땅을 마련하고 2015년 5월 공사를 시작해 2개월 만에 완공횄다. 새공소는 건축면적 198제곱미터로 대강당, 유아방, 회합실 등을 갖춘 철제건물 구조에 적벽돌로 마감했다. 공소 건물이 없던 1년 3개월 동안 공소회장은 주일마다 승합차로 신자들을 포천성당까지 태워 나르며 미사참례를 도왔다.
2015년 현재 매 주일 오전 10시 주일미사가 봉헌되며 신자는 23명, 지금까지 공소를 지키고 있는 환우는 18명이다. 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이주 노동자들도 함께 하고 있다. 이방인 처럼 살았던 환우들이 진짜 이방인들을 환대하고 가족처럼 돌보고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가톨릭평화신문, 춘천교구 포천본당 신평공소, 2015.07.22
https://news.cpbc.co.kr/article/583233
가톨릭평화신문, 한센병 환우들이 40여 년 지켜온 신앙의 터전, 2023.02.14
https://news.cpbc.co.kr/article/840799
가톨릭신문, 경기도 포천군 음성 나환자촌, 1987.01.25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15347&acid=368
가톨릭신문, 포천 나환자들의 동반자 '거지아줌마' 박성순 씨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16151&acid=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