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기행/춘천교구

원통성당 용대공소

photomaker.anon 2024. 3. 17. 11:19

용대공소도 설립날짜 이외의 정보는 찾기 힘들다. 1997년 7월 설립되었고 천도리공소와 더불어 원통성당 관할 공소다.

 

용대공소를 검색하니 뜬금 없이 산악회 집결지로 이용되는 모양이다. 하긴 용대공소의 위치가 설악산 자락이고 용대리 자체가 워낙 관광지기도 해서 그런걸까? 특히 용대리는 황태덕장이 몰려 있는 곳이다. 나만 해도 강원도 오가는 길이 있으면 부근 용바위식당 황태국을 꼭 먹고 가니까.(맛집으로 워낙 유명하다.)

 

 원통본당 이상덕 선교사에 의하면 용대공소는 농촌지역이지만 신자들 대부분이 황태 덕장 관련 일을 하거나 식당, 팬션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자 수는 2022년 현재 20명 정도라 한다. 원통본당의 주일 미사 첫 시작은 오전9시 용대공소에서 봉헌되고, 11시 원통본당에서 주일 낮 미사가, 그리고 오후4시 천도리공소에서 주일 마지막 미사가 있다.매주 마지막 주일은 공소신자들이 본당에 모여 미사를 드리고 친교를 나눈다. 

 

수십 년 사목현장에서 많은 것을 목격한 그가 전하는 솔직하고 적나라한 공소의 현실은 참고할 만 하다.

 

"옛날 공소에는 공소 회장이 권위도 있었고 열심히 했습니다. 신자들의 신심이 컸고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많이 돌아가시면서 무너져 버렸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옛날에 어려움을 해결할 길 중 하나가 기도였고 하느님께 자신을 의탁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이른바 신심이 있는 알곡 신자들은 오지만 쭉정이 신자들은 많이 빠져나갔다."이어 사제와 신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 상황도 전하며 사제의 중요성과 직분을 인정하고 사랑으로 치유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임을 강조한다. 

 

이런 내용을 궂이 적는 이유는, 사실 공소를 방문하다보면 간혹 현지 신자분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있는 데 이때 드물게 슬쩍 사제에 대한 불만을 흘리거나 심한 경우 사제에 대한 불만 때문에 냉담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곳 어디서나 갈등은 넘쳐 난다. 갈등은 결국 성격과 성격의 충돌이다. 해결 방법은 역시 사랑이지만, 그 역시 사람이라서 힘들다. 사랑하거나 떠나거나.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 떠나는 사람 모두 패배자인 것은 마찬가지다. 

 

 

 

 용대공소에 도착하니 보슬비가 내린다. 이런 날씨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쨍한 날 보다는 이런 날이 좋다. 시멘트가 발려 있는 것 보다 저런 다져진 흙마당이 좋다. 물기를 머금고 있을 때는 더. 나무 아래 벤치에서 성모님이 적당한 거리에서 정면으로 보인다. 이런 습기머금은 대지와 마당을 밟으며 유유자적 둘러보는 여유야 말로 공소기행의 기쁨이다.  

 

 

성모동굴 속 짜맞춘 돌이 만드는 조화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슬쩍 다가가 만져본다. 꽃나무를 가꾸고 정갈하게 공소를 관리하는 모습에서 공소신자들의 정성이 느껴진다. 내 손발을 수고롭게 해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공간을 깨끗하게 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슬아슬 돌 위에 올려져 있는 자그마한 모자상에 눈길이 머문다. 조금 금이 가 있으면 어때, 나한텐 곱기만 한데.

 

 

<참고자료>

티스토리 빛 사랑, 평신도 주일에 만난 사람 / 춘천교구 원통본당 이상덕 선교사, 2022.11.06

https://lgcsd.tistory.com/71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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