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기행/안동교구

가은성당 민지공소

photomaker.anon 2024. 4. 17. 05:02

민지공소는 1983년 7월 5일 안동교구장 주봉 주교 주례로 축성된 가은본당(주임 민정식 신부) 소속 공소다. 이농현상으로 농촌공소들이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 새로운 공소가 설립된 것은 민지공소 조동희 회장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1974년에 이곳으로 이사 온 조동희 회장은 4Km 떨어진 농암공소에 다니며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두 명의 여신자들을 보고 그동안의 냉담생활을 청산하고 이들과 함께 공소에 나가기 시작했다. 신앙에 자신감을 가진 조 회장은 작은 마을에 있는 3개의 술집을 마을 청년들과 합심해서 몰아내고 노름을 없앤 뒤 교회서적을 돌렸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책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고 교리반도 시작되면서 예비자들이 늘어났다. 
 
본당 사도회에서 마련해준 천막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돌개바람이 불어 천막이 찢어지고 책이 날아가는 소동이 벌어지자 신자들은 공소건물을 세우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교구에서는 공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꼭 공소를 세울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있었고 재정 문제 등 모든 것이 순조롭지 않았다.
 
그러나 신자들은 결정을 밀고 나가기로 하고 1981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신자들의 힘과 은인들의 손길이 모아져 3백여만 원을 들인 12평의 작고 아담한 공소를 이날 축성하게 된 것이다. 현재 이 마을에는 31가구 127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이 가운데 신자는 남자 19명, 여자 20명 등 39명이고 7명이 예비자교리를 받고 있다.(가톨릭신문 1983.07.24) 
 
 
 
민지공소롤 보는 순간 아, 이쁘다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마도 계절이 가을이라 그랬을까? 배산임수라는 말이 딱 어울리게 야트막한 산을 뒤로 하고 천변에 위치한 아담한 공소는 나무 울타리로 둘려 싸여 있다. 40년을 넘긴 소박한 공소, 그것도 쩍쩍 갈라진 외벽을 보고 이쁘다는 나를 두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다. 
 
모든 종교시설은 성(聖)과 속(俗)이 만나는 공간이다. 때문에 성스러움이나 신의 존재를 강조(혹은 강요)하기 위해 때로는 불필요할 정도로 위압적인 공간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거기서 나는 신성에 압도당한 먼지같은 존재일 뿐이다.
 
공소는 성과 속을 가르는 문턱이 낮다. 신자들 스스로 계획하고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자금으로 품앗이를 통해 만든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바닥의 돌, 경당의 기물 등등 이 모든 것들을 신자들의 눈높이로 의논하고 결정하고 배치한 공간이다. 신성을 체험하기 위한 공간이지만 그 턱은 터무니 없이 낮다. 내가 공소를 찾는 이유다.

 
 
<참고자료>
 
가톨릭신문, 자력으로 공소 일군 민지공소 신자들, 1983.07.24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201105270130943
 

민지 공소 : 문경시 가은읍 민지리 민지길 34
                 공소예절 : 주일- 여름철 08:00, 겨울철 09:00
                 미      사 : 매월 첫째 주 수요일 14:00

'공소기행 > 안동교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은성당 쌍용공소  (1) 2024.04.18
가은성당 성유공소  (0) 2024.04.17
가은성당 전곡공소  (1) 2024.04.16
가은성당 도태(도탄)공소  (0) 2024.04.16
가은성당 상괴공소  (0) 2024.04.15